[생각정리] 내가 낭비한 시간들.

의미 없는 시간 속

밥을 먹고 나면 괜히 멍하니 누워 있게 된다.
해야 할 일은 머릿속에 가득하지만, 이상하게 몸이 안 움직인다.
이번 주에는 그런 내 모습이 못내 게을러 보여서,
문득 '이렇게 시간을 낭비해도 되나?' 싶은 생각이 들었다.

 

가만히 떠올려보면,
내가 진짜로 행복했던 순간들은
언제나 좋아하는 것들, 그리고 사람들과 함께
의미 없이 시간을 낭비했던 그 시간들이었다.
 
극한의 효율을 좇으며,
매일을 낭비 없이 살아야 한다는 강박 속에서
개발에 몰두하고 일에 쫓기며 살아갈 때는 묘하게 마음이 메말라 있었다.
 
하루하루를 버티며,
“시간을 헛되이 쓰면 안 돼,”
스스로를 다그쳤지만 되돌아보면
오히려 동료들과 커피챗을 나누던 짧은 틈이나
예고 없이 번개로 마신 술 한 잔 같은 순간들이
더 충만했다.
 
그 시간들은 단지 쉬는 시간이 아니다.
그 안에서 해결되지 않던 고민들이
문득 가볍게 실마리를 보이곤 했고,
길을 잃은 듯했던 생각들도
몇 시간이고 해결하지 못했던 문제들도
다시 제자리를 찾아가기 시작했다.
 
무엇인가를 성취한 후에 오는 보상이 아니라
그저 시간을 흘려보내는 것, 그 안에서도 성장을 한다.
 
"시간을 낭비했다"는 말이 어쩌면 내가 가장 바쁘게 살았던 순간 중 하나이지 않을까.

 

가끔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흘려보낸 그 시간 속에서 숨을 쉬고 있었다는 걸 기억하려 한다.

행복은 결국, 의미 없는 시간을 의미 있게 받아들이는 용기에서 오는지도 모른다.

우리는 이 시간, 잘 낭비하고 있다.